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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8

시애틀 (8) 시애틀에 처음 도착한 것이 9월 23일이니까 드디어 미국에 온지도 만 2년이 넘었다. 세월은 정말로 화살처럼 날아가 사라진다. 그 진부한 속담이 뼈속 깊이 사무치게 되면 나이를 먹은 거라던데, 드디어 정말로 나이를 먹은 모양이다. 새로 배속된 부서는 음성 쇼핑 기술을 개발하는 부서다. 소위 '알렉사' 덕에, 아마존에서 가장 잘 나가는 부서가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지원자도 많고, 사람도 그만큼 많이 뽑으려고 한다. 그러나 일주일에 서너번씩 면접관으로 뛰어도, 그 가운데 합격자를 보기란 여간 쉽지 않다. 인기가 많은 부서일수록 문턱도 높은 법이다. 그 문턱을 높이는 사람들은 바로 이곳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들. 최고의 기술자들과 함께 일한다는 자부심이 있으니,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문턱은 어느새 조금씩 높아진.. 2017. 9. 30.
미국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려면 [3] 미국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려면 영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본인의 경우 영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가 시니어 개발자로 채용되는 바람에 첫 출근하는 날부터 영어 문제로 굉장히 고생을 많이 했다. 시니어 개발자에게 최 우선으로 요구되는 덕목 가운데 하나가 커뮤니케이션 기술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지에서 접하는 언어 장벽은 생각보다 굉장히 높았다. 커뮤니케이션이고 나발이고 간에 뭐가 들려야 일단 시작이라도 해 볼 것 아닌가... 당황스럽게도 정말 첫 한 달 간은 (사람마다 분명 다를테지만)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스탠드업 미팅 뿐 아니라 모든 중요 미팅에서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눈치 코치를 동원해도 정말 아무 것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보이스.. 2017. 9. 26.
미국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려면? [1] 오늘은 미국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그 첫 번째 시간이다. 미국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는 첫 걸음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미국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려면 일단 미국에 가야한다. 미국에 가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1. 비행기2. 배3. ? 이 중 가장 쉬운 방법은 비행기를 타는 것이다. 물론 돈이 좀 든다. 이 돈을 내가 직접 내면 너무 아깝다. 그러니 공짜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봐야 한다. 공짜로 가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으나, 가장 보편적인 것은 출장일 것이다. 그러나 회사에서 돈들여서 출장을 보내줬더니 면접이나 보러다니고... 그러다가 ㅈ망하기 딱 좋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일단 면접에 합격하고 미국 취업 비자를 받은 다음 해당 회사가 지원해주는 트랜스퍼 패키지를 이용해서 미국에 .. 2017. 3. 3.
새로운 일에 쉽게 적응하려면? 프로그래머로서 새로운 일에 쉽게 적응하려면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할까? 1. '적응'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금물 빨리 적응해야겠다는 생각 자체에 지나치게 사로잡혀 있으면, 적응을 가로막는 어떤 일에도 스트레스를 받기 일쑤다. 게다가 적응을 이유로 프로그래밍 외적인 부분(가령 술자리 라거나)에 지나치게 시간을 많이 쏟게 되는 부작용도 생긴다. 적응해야겠다는 생각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말자. 중요한 것은 오히려 새로운 일이 주는 재미다. 2. 일에 대한 지나친 '소명의식'은 금물 일은 그냥 일일 뿐이니 일로서만 보자. 성공해야겠다거나 존경받아야겠다거나 하는, 뭔가 거창한 목적이 끼어들기 시작하면 부작용이 생긴다. 그 목적과 현재의 상태 사이에 간격, 또는 차이가 눈에 들어와서다. 그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스.. 2017. 3. 2.
시애틀 (7) 시애틀에 온지도 일년이 지났다. 아니 시발 일년이 지나다니! 벌써 일년이 지나디니! 시애틀에 처음 왔을 때가 생각난다. 영어가 안되는 것 말고는 다 비슷하자나? 그래! 개발자가 일하는게 다 거기서 거기지! 아무리 아마존이 빡세다고 해도 한국에서 일했던 것 보다야 낫겠지! 그래 자신감 하나로 밀어 부치는거야! 그런 자신감으로 시작했던 아마존 생활은 곧 빈곤한 영어실력에 너덜너덜해지고... (묵념) 아마 그 시절의 가장 큰 스트레스는 소위 시니어 스트레스가 아니었나 싶다. 시니어 개발자는 주니어 개발자의 존경을 받아야 하는 자리임은 물론, 여러 팀 간에 생기는 개발 이슈를 적절하게 조정하는 책임도 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이 되어야 조정이고 나발이고 해 보지.... 썅 그러나 미국 생활을 처음 해 본다는 이.. 2016. 10. 1.
시애틀 Day 3 시애틀에 도착한지 사흘 째. 심한 목감기로 고생하고 있는 중이라, 어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주 관련해서 이것 저것 처리할 것들이 많아 전혀 쉬지 못한 것이 원인이 되었던 듯. (여기까지 적었더니 집 앞에 있는 Walgreen에서 약을 사다 먹으라는 제보가 들어왔다. 기침을 참을 수 없을 때는 Cough Drops라는 사탕처럼 생긴 약을 물고 있으라고. 더 심해서 잠이 오지 않을 지경이면 NyQuil을 사다 먹고 뻗어버리라고. 다만 NyQuil은 다음날 오전까지 졸릴 수 있으니 주의하라고.) 둘째 날에는 애들 학교와 관련된 사항을 알아보고, 등록을 진행하기 위해 연락처를 받아왔다. 좋은 소식은 Temporary housing에서도 학교 등록은 가능하다는 것이고 (첨에는 집 계약서가 있어야만 아이들을 학.. 2015. 9. 26.
시애틀 Day 1 시애틀에 무사히 도착했다. 대략 30회에 육박하는 미국 출장 경험으로 단련되어 뭐 설마 입국 쯤이야... 하는 흐리멍텅한 정신상태로 입국에 임했으나 다행히 아무 일도 없이 다 잘 넘어갔다. H-1B를 받았다는 것, 그리고 출입국 도장에 유효 기간이 좀 길게 찍혔다는 것 말고는, 평소 출장 다닐 때와 하등 다를 것이 없는, 지루하고도 평범한 입국이었다. 그러나 미국 땅에 도착하면서 깨달았다. 예전에 출장을 올 때는, 무슨 일이건 생기면 도와줄 동료가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렌트카를 찾고 짐을 풀고 장을 보고 네비게이션을 보며 길을 찾고 운전을 하고 표지판을 보는 모든 것들을 혼자 해야만 했다. 그러나 곧 깨달았다. 그 모든 과정이 영어로 진행된다는 것 말고는, 한국에서의 생활과 큰 차이가 없.. 2015. 9. 24.
나는 왜 44살에 미국행을 결심했나 23일이면 한국땅을 떠나 미국으로 간다. 아마존 시애틀 본사에서 일하기 위해서다. 출근이 10월 첫 주 부터니,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잠이 올 리가 없어서, 당연히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시차 적응은 잘 될 것 같아서 그나마 다행) 내가 9개월 전에 처음으로 14년 일한 대전의 직장을 때려칠 때, 많은 사람들이 물었다, 그 좋은 직장을 왜 때려치느냐고. 나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나이들어 내 인생을 너무 후회하게 될 것 같아서." 그리고 판교에서 일한 9개월 동안 나는 몇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1) 내가 14년을 보냈던 직장이 인생과 일의 균형을 찾는 사람에게는 '완벽한' 직장이라는 것, (2) 어떻게 하더라도 후회는 하게 되어 있다는 것, (3) 사기업에서의 모든 결정은 .. 2015.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