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houghts

미국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려면 [3]

by 이병준 2017. 9. 26.

미국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려면 영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본인의 경우 영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가 시니어 개발자로 채용되는 바람에 첫 출근하는 날부터 영어 문제로 굉장히 고생을 많이 했다. 시니어 개발자에게 최 우선으로 요구되는 덕목 가운데 하나가 커뮤니케이션 기술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지에서 접하는 언어 장벽은 생각보다 굉장히 높았다. 커뮤니케이션이고 나발이고 간에 뭐가 들려야 일단 시작이라도 해 볼 것 아닌가... 당황스럽게도 정말 첫 한 달 간은 (사람마다 분명 다를테지만)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스탠드업 미팅 뿐 아니라 모든 중요 미팅에서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눈치 코치를 동원해도 정말 아무 것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보이스레코더를 구입한 다음 동료들에게는 양해를 구하고, 참석하는 모든 미팅을 녹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 출퇴근길에 듣고 또 들었다. 그래도 안들리는 건 안들린다는 걸 깨닫고 좌절한 날이 며칠이던가... (안습)


그렇게 고생에 고생을 거듭한 지 몇달 후, 드디어 무언가 알아들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남몰래 기뻐하면서 훌쩍거리던 날이 생각난다. 왜 아니 그렇겠는가. 미국에 와서 일에 적응하기도 힘이 드는데, 언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디오북을 사고, 듣고, 받아 쓰고, 그래도 안 들리는 것들은 죽어라 외우고, 그리고 졸린 눈을 비벼가면서 출근하고, 자신에게 실망하고... 이짓을 반복하다보면 초인이라고 해도 지치게 마련이다. 도무지 뭘 알아듣는 것 같지 않아 보이니 동료들에게 무시당하는 일도 다반사. 자존감이 바닥나면 무릇 항우라고 해도 자진의 길을 택하는 법. 정말 다 때려치우고 돌아가기 직전까지 간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해서, 미국길을 고민하는 많은 개발자에게 가장 먼저 조언하고 싶은 것 중 하나는, 영어 실력을 키우라는 것이다. 


내가 동원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 신기술은 무조건 영어로 접할 것 (Coursera 강의, YouTube 동영상)

* 오디오북 받아쓰기 

* 현지인 대화 녹음하고 반복 청취 

* 원어민 멘토 구하기 

* 한국인 커뮤니티 회피

* 한국 방송 회피 (무조건 CNN/영어방송)

* 영어 라디오를 들으면서 따라할 수 있는 건 무조건 따라하기

* 적극적으로 영어 발표 준비


그러나 이렇게 해도 한동안은 굉장히 고생할 것이다. 미국 도착한지 이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고생하고 있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을 하려고 애쓴다.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나의 유일한 단점으로 받아들여지도록 만들기 위해서. 


* 팀원들을 위한 툴 고안하기

* 남들보다 코딩 많이 하기 / 좋은 코드 많이 짜기

* 같은 문제를 겪는 아시안계 주니어 개발자 멘토하기 

* 등신같은 실수를 두 번 이상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 

* 팀 내 프로세스 개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특히 신입 개발자를 위한) 

*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하는 일 늘리기 


이렇게 해도, 나는 여전히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나의 유일한 단점으로 만들 수 없다. 


그러니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다음이다.


* 관두고 싶더라도 버티기 


버티기 앞에 장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