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생활을 십삼년간 하고 팔자에도 없는 사기업 생활에 도전한지도 어언 삼년이 훌쩍 넘었다. 새해를 맞아 그 삼년 간 깨달은 것을 몇 번에 걸쳐 적어 보려고 한다. 오직, 그저, 까먹기 전에.
아마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지도 모를 교훈들이지만,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께서는 모름지기 '인생은 케바케'라는 대전제에 입각하여, 지나치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말아 달라는 당부 말씀도 드리고 싶다. 세상에는 이 글보다 심각하게 따져봐야 할 문제들이 차고 넘친다. 이 글에서 말하려는 교훈들이 여러분의 성에 차지 않는다면, back 버튼을 누르면 그만이다. 스트레스 받지 마시라.
스트레스는 어디에서 오는가
스트레스 없는 직장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스트레스가 어디에서 오는지 부터 깨달아야 한다.
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스트레스는 보통 여러분이 잘 하는 것에서부터 온다. 잘 못하는 것으로부터 오지 않는다.
여러분이 수영 초보자라고 하자. 수영 초보자가 수영을 잘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 매일 같이 물을 먹어도 스트레스를 받을 일은 좀처럼 없다. 물을 먹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수영 초보자가 수영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대체로 언제부터 시작되느냐면, '시간을 많이 투자한 것 같은데 실력이 좀처럼 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다른 초보자가 보기에는 꽤 잘 하는 것 같은데, 자기 자신이 슬슬 부족함을 느끼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면 스트레스가 생긴다.
달리 말해, 스트레스의 근원 중 상당수는 '더 잘 하고 싶은 욕심'이다. 잘 하지만 더 잘 하고 싶은 것이다. 자신의 능력이 자기 기대에 못 미칠 때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여러분 중 상당수는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해 개발자의 길을 택한 것이 아니라, 개발에 남들 보다 재능이 있는 것 같아서 개발에 뛰어들었을 것이다. 개발이 재미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개발에 뛰어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직장을 잡고 일을 하는 순간 부터 개발이라는 것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일이 되어 버린다. 스트레스를 받는다. 힘들다. 왜인가?
생각만큼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나름 잘 한다고 생각했는데, 동기에게 치이고 상사에게 지적받고 매니저에게 혼난다. 자존감이 낮아지고 자기 능력에 회의가 생긴다. 이러니 스트레스를 안 받을래야 안 받을 수가 없다. 힘들고 불행하다.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다.
이런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가?
이런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면, 당장의 자기 감정만 살피는 근시간적인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리고 다음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실패야 말로 가장 좋은 선생님이다
깨지면서 배운 것들이 가장 오래 간다